미리 노력하고 준비합시다

    일요일 아침에 우리 여학생들이 나라에 전한 쾌거는 일찍이 아무도 못했던 일이기에 더욱 값지고 뜻 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 월드컵대표팀은 4강의 대기록을 가지고 있고 또 원정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하는 쉽지 않은 성적을 가지고 있고, 얼마 전에 U-10 여자 대표팀이 3위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세계 최강의 자리를 쉽게 넘보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그만큼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낸 것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큰 선물이 되었다고 하겠다.
    이들이 정말 기특했던 것은 정말 열악한 조건에서 노력만으로 얻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여자대표팀이 처음 구성된 것이 1990년이라니까, 겨우 20년 전의 일인데, 그것도 그해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같은 해에 창단한 대학팀 선수들로 급조한 것이었다고 한다. 결과는 6개 출전국 중 5위, 꼴찌를 면한 것에 만족하는 정도였다.당시 일본 등 5개 팀과 경기를 하여 득점은 겨우 2점, 실점은 무려 30점을 하는 비참한 결과를 냈다. 그 후에도 2001년에 들어와서야 겨우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창립하는 등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고, 현재에도 우리나라 여자축구팀은 65개, 선수는 1,45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나마도 팀이나 선수의 수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에 독일에서 여자 월드컵이 열리지만, 지역예선을 통과하지도 못해 출전조차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U-17 선수들은 전국에 345명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들은 겨우 16개 팀에 소속되어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얘기한다면 이러한 현실을 딛고 월드컵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보도를 보면 감독과 선수들이 얼마나 마음을 맞추어 노력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감독과,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선수들의 집념이 이러한 성과를 일궈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이번 대회 최우수 선수로 뽑힌 여민지 선수는 매일매일 축구일지를 써서 자신의 플레이를 반성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가는 그야말로 공부하는 선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번에도 우리가 다시금 느끼는 것은 아무리 작은 것도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큰 성과를 얻으려면 그보다 훨씬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말해주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된 것보다 이들이 기울인 노력은 훨씬 컸을 것이다. 다른 학생들이 에어컨이 나오는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공을 찼으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그들에게 오늘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행운이 우리 손을 잡아주었다고 하더라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행운이 우리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최근에 국제적인 수준에 올라간 선수들이 적지 않다. 김연아 선수만 하더라도 우리는 올림픽 금메달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제패와 같은 성과에 환호하지만 막상 그녀가 얼마나 힘든 연습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많이 가지지 않는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이 그들이 거둔 성과의 바탕이 되었음을 알아야만 그것이 얼마나 값지고 귀한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그러하고 또 나라의 일이나 자치단체의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젊은 사람들만 꿈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든 사람도 꿈을 가질 수 있고, 시와 도, 나라도 꿈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 꿈은 언제나 대가를 지불해야만 현실이 될 수 있다. 그 대가는 언제나 결코 녹녹하지 않다. 재미없고, 오래 걸리고, 그러다 보면 회의가 들어 반대하는 사람도 생기고, 자신감도 없어질 수 있다. 그러나 힘들다고 굴복하게 되면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앞을 보며 묵묵히 준비하는 사람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고장의 현실은 지금 결코 쉽지 않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고, 그러다보니 경제도 문화도 교육도 쇠퇴 일로이다. 그러나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을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 미리 준비한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2010. 09. 28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