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 변호사가 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험난한 길이다. 옛날에는 그 두꺼운 육법전서를 달달 외워야 한다고 하기도 했고, 또 어떤 이는 사법시험 준비를 하느라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던지 삼베잠방이가 살을 파고들었더라고 하기도 한다. 이 시험이 이렇게 옛날의 과거보다도 훨씬 어려웠던 것은, 물론 판사나 검사를 뽑는 이 시험에서 심지어는 한 번에 5명만 뽑은 적이 있을 정도로 극히 소수의 인원만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창의력을 살리는 공부라면 몰라도, 읽고, 외고, 찍는 것 같은 공부에는 이력이 나있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에서 극히 적은 인원만이 합격할 수 있다면 여기에 사람들이 얼마만큼 극단적으로 매달렸을까는 직접 보지 않아도 환히 짐작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렇게 사람들이 이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관존민비의 사상 때문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출세를 하는 가장 지름길에 해당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나 출신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없이, 소위 빽이나 재산이 없어도 전혀 문제없는 출세가 보장된 길이 바로 이 시험을 통하는 것이었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그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나아가서는 가문의 영예가 되었으며, 그와 친인척의 관계가 없는 그 지방의 경사로 간주되었다. 몇 날 몇 일 동안 잔치를 벌임은 물론, 지방에서 내로라 하는 유지들의 축하인사가 줄을 잇고, 심지어는 돈을 싸들고 오거나, 딸을 주겠다는 얘기까지도 있었다는 소문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법대는 출세의 상징이 되었으며, 많은 학생들은 법대에 가는 이유를 오로지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게 되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사법시험 이외에는 법대는 존재이유가 없고, 이러한 것은 오늘날 많은 법대교수들 조차 법대의 수준을 사법시험에 몇 명이나 합격하는가를 기준으로 말하려는 것을 보아도 아주 심각한 지경임을 알 수 있다. 법대뿐만 아니라 그 대학교의 수준이 아예 사법시험 합격자수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던 것도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판사나 검사는 물론, 변호사는 일반인들과는 구별되는 저 별천지의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상대 변호사를 지칭할 때,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이름을 부르는 법이 없고, 꼭 "이 변호사", "박 모모 변호사"하는 식으로 변호사라는 단어를 호칭으로 붙여 부른다.
    이렇게 어떻게 보면 고매하게까지 생각되는 변호사라는 단어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붙여지는 경우가 있음은 일종의 아이러니이다. 흔히 우리가 매스컴에서 접하는 "변호사법 위반"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들 생각할 때, 국회에 국회법이 있고, 은행에 은행법이 적용되듯, 변호사법은 변호사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고, 일반인들에게는 "감히" 적용될 수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 변호사법 위반이라니.....보통 사람들은 당연히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관한 법조문이 장황하기 때문에 전문을 인용할 수는 없으나, 단적으로 보면 변호사 아닌 자가 법률사무를 보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 바로 변호사법 제90조 위반이다. 그래서 예컨대 법대의 교수들조차도 변호사가 아니면 대가를 받고 법률상담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무료상담 만을 하는 것이다. 그 러다보니 요즈음은 법률상담은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본래 전문가에 의한 서비스 제공이므로 무료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에서 어떤 사람이 바깥에서 아는 의사를 만났는데, 얘기를 하다가 아이의 감기 얘기가 나와서 의사에게 말했더니, 아스피린을 따뜻한 물과 함께 먹이고 한 숨 재우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며칠 뒤 그 의사에게서 청구서가 날아왔다. 황당해서 있다가, 길에서 우연히 아는 변호사를 만나 돈을 보내야 되겠는가고 물었더니 돈을 보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며칠 뒤 그 변호사로부터 상담료 청구서가 날아왔다는 얘기는 모두 다 아는 것이지만, 이는 본래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도 변호사와 법률상담을 하면 상담료를 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에서는 상담료를 분단위로 계산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실제 이렇게 원칙대로 상담료를 받는 변호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그보다 수임료 수입이 훨씬 크므로 상담료 정도는 묻어가기 때문이요, 또 한편으로는 무료 상담을 하는 곳이 많아 아무도 상담정도로는 돈을 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대가와 연결된 법률사무는 오로지 변호사만 할 수 있도록 해 놓았기 때문에, 변호사 아닌 브로커들은 걸렸다 하면 변호사법 위반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브로커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 대다수 사기성이 짙은 일이라, 한켠으로 생각하면 왜 변호사와 이런 것들이 연결되어 있나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어쨌든 변호사법에서 이렇게 변호사 이외의 자에 대해 법률사무를 전담하게 한 것은 법률사무가 그만큼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때문이고,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설프게 조언을 했다가는 오히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법률사무를 전담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나라의 변호사들은 변호사법에 규정된 그들의 업무를 장악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아직도 그들이 제일 선호하는 일은 송무이고, 앞에서 말한 법률상담 정도는 돈되지 않는 일 정도로 치부하고 말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상담을 하려고 변호사사무실 문을 두드려도 그다지 환영을 받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이들은 변호사를 두려워한다. 말하자면 변호사법위반사건이 자주 터지는 것도 일반 국민들이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높다고 느끼기 때문에 변호사 아닌 사람을 만나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데서 시작한다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그들의 고객을 확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온갖 유사법률직에 빼앗기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는 것이다.(2000.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