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했다면

    매스컴의 속성이 그렇다지만, 요즘 들어 부쩍 어두운 뉴스가 신문지상을 점령하고 있다. 온 국민의 열광을 이끌어냈던 월드컵의 열기가 식자마자 하루가 멀다 하고 공직자의 권한남용사건에서 시작하여 고속버스 추락사건, 군함정 전복사건이 우리를 걱정스럽게 한다. 우리 고장만의 일은 아니지만 성폭력사건도 세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연이어 성폭행, 성추행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어떤 이는 왜 갑자기 이렇게 성폭력 사건이 많아졌는가라고 묻는다.
    성폭력 사건의 보도가 최근 갑자기 많아지기는 했지만, 사실 이런 사건이 갑자기 증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런 사건을 저지르는 자 대부분이 그런 전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전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얼마 전에 발생한 여대생 납치살해사건과 어린아이 성폭력 사건이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런데 한편 생각하면 이런 관심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보도에 의하면 최근 수년간 성폭력사건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2009년만 하더라도 경찰청이 집계한 성범죄를 저지른 자의 수는 18,810명인데, 이 중 9,809명이 초범으로서 나머지 47.9%는 같은 범죄의 전과가 있는 자에 의한 재범(再犯)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적어도 두 건 중의 한 건은 이미 같은 죄로 처벌받은 자가 또 저지르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발표 내용이다. 또 다른 보도는 공직남용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모 고위인사는 안하무인으로 소란을 피워 경고를 받는 적이 있다고도 하고, 또 서해 고속단정이 암초에 전복된 사건은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군(軍)은 물론, 전국이 북한을 규탄하고 군기강 확립을 촉구하던 와중에 일어났는데, 그전에도 비슷한 기강해이는 없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일을 잘 할 때도 많지만,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게 마련이다. 그것이 사회나 남들에게 영향이 크지 않은 사소한 것이어서 그렇지, 굳이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은 대개 하루에도 몇 번씩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행동이 국가나 사회 내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법적인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제재는 징역이나 벌금과 같은 형벌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류나 과료 같은 경미한 처벌로 할 수도 있고, 이 외에 행정벌이나 민사상의 손해배상과 같은 것 등 많은 종류가 있다.
    법에서 이렇게 잘못된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비단 잘못에 대해 벌을 주겠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이런 죄를 지으면 이런 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미리 알려, 죄를 지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도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벌을 엄하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죄에 비해 벌이 너무 강하면 범죄자가 흉포화(凶暴化)한다는 것이다. 잡히지 않기 위해서 자기 얼굴을 본 피해자를 살해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죄에 걸맞은 벌을 주고, 죄를 지으려고 하는 자에게 범죄를 짓지 못하게 하면서, 아울러 한 번 죄를 지었더라도 다시는 죄를 짓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이유에서 보호관찰과 같은 보안처분을 비롯하여 재범방지 교육, 사회적응훈련 등 많은 프로그램들이 시행되고 있으나, 어쩐 일인지 재범자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도 보인다. 특히 보호관찰 등을 받고 있는 청소년의 재범률은 성인의 3배에 이른다고도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사람들이 죄를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희망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도 만들었겠지만, 사실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의식을 심어주어, 죄를 짓고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봉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한 번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어서 또 죄를 짓도록 하지 않는 일이다. 이들은 재범을 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찰하면서, 죄를 짓지 않아도 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도 있다. 한 번 실수로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다시는 죄를 지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범죄로부터 나와 우리 가족을 지키는 첩경이다.(2010. 07. 08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