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와 응보

    개를 전문적으로 훈련시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고 한다. 말도 못 알아듣고 사람과 생활하는 모습도 다르지만,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일정하게 해주면 개도 스스로 사람의 마음을 읽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원하는 행동을 하면 칭찬을 해주고,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는 벌을 주면 개도 이러한 원리를 깨달아서 사람과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개들은 머리가 나쁘거나 본래 성질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일관성 없는 주인의 태도에 종잡을 수 없게 되어 스스로의 습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분이 좋으면 무엇이라도 잘 해주다가도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사소한 것까지 혼을 내면 개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강아지와 비교해서 좀 그렇지만 사실은 법이 사람들에게 작용하는 원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도 자신의 버릇이나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법이 원하지 않는 것은 제재(制裁)라고 하는 수단을 통하여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이 금지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해도 간섭하지 않지만, 금지하는 행위를 하면 그 행위에 걸맞은 제재를 함으로써 법이 원하는 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게 되면 반드시 제재를 받게 되느냐 하는 것은 법이 얼마만큼 지켜지느냐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법을 강자가 약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하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대개의 경우 법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잘 작용하고 있다. 만약 법이 없다면 남으로부터 부당하게 공격을 받아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받을 돈을 못 받아도 하소연할 데도 없을 것이다. 길거리에 나다닐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법의 보호 속에서 안심하고 안전을 누리면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법을 지키는 것을 귀찮아한다. 왜냐하면 법이 원하는 것은 대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말라는 것이고, 하기 싫어하는 것을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을 생각한다면 어떤 때는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나에게 더 이익이 될 때도 많다. 그래서 남이 보지 않으면 또는 남이 뭐라 하지 않으면 법을 어기고 싶다는 유혹이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이때 법을 지키도록 잡아주는 것은 제재라고 하는 불이익이다. 내가 법을 위반하여 얻는 이익보다 위반했을 때 받는 불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좀 귀찮더라도, 좀 손해가 되더라도 법을 지키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법을 위반했는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당연히 제재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한두 번 법을 위반할 때에는 좀 걱정이 될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법을 위반해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면, 이건 괜찮은 것이라고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한 사람이 법을 위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파되어 바야흐로 법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로 되는 결과로까지 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결국 법을 지키지 않은데 대한 불이익과 불편은 누가 입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주 비근한 예로서 만약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단속이 잘되지 않아서 질서가 깨졌다고 할 때를 생각해보면 된다. 결국 이런 경우에는 개인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자동차가 부서져서 수리비가 들어갈 수도 있고, 사람이 다쳐서 치료비를 지출해야 하거나 장애를 입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것은 국가나 경찰의 일이 아닌가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열 순사(巡査)가 도둑 하나 못 잡는다는 얘기도 있지만, 질서가 제대로 잡히려면, 시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어렵다. 세계에서 가장 법을 잘 지킨다고 하는 스위스 같은 나라는 경찰이 7백만 명이라고 하는 얘기가 있다. 정말 경찰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 7백만이 서로서로 법을 지키도록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대구는 남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누가 옆에서 나쁜 짓을 해도 그냥 지나치고 만다. 이러한 것은 양반문화로서는 몰라도, 법질서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그 불편은 결국 우리에게 온다.(2010. 05. 13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