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가 더 문제다
천안함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지 한 달이 지나, 오늘은 아깝게 청춘과 생명을 바친 46명의 해군 용사들이 영면에 드는 날이다. 나라를 지키다 순직한 장병들에게 두 손 모아 명복을 빈다. 이들을 잃은 참담한 심정이야 비록 부모나 가족이 아니라도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다.
한동안 국민들의 눈과 귀를 붙들었던 사고로 정말 많은 얘기들이 오간 것이야 온 국민이 다 아는 바이지만, 그보다 유감스러웠던 것은 이런 사고에 대해 대처할 매뉴얼이 없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때문에 말하는 사람마다 내용이 달라지고, 같은 사람이 말을 해도 시기와 장소에 따라 왔다 갔다 함으로써 쓸데없이 의혹을 키우고, 또 거기에 대응하느라 밝혀서는 안 될 일들도 알려지게 되는 일들까지 벌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군인들이 그 전에 비해 너무 위험해졌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우리 군함이 어디에서 어디로 어떻게 다니고, 장비는 어떤 것을 가지고 다니며, 그 장비의 성능이 어떻다는 것이 너무 많이 공개되다 보니, 적군의 입장에서는 이런 정보만을 가지고 작전을 하기가 너무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정말 알 수 없었던 정보들이 기자들이 확인까지 해서 공개적으로 알려주는 바람에 군에서는 작전계획부터 모든 내용들을 다 바꾸어야 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엊그저께 보도로는 미국의 군사전문가들도 북한의 소행이라고 거의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도 있었고, 또 북한의 내부사정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들 내부적으로는 자기들의 업적이라고 떠벌리고 다닌다는 등 얘기를 하고 있다. 확실한 결과는 조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이런 일은 한편으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바다 속에서 한 달도 더된 증거들이 그 자리에 있기도 어렵지만, 있다고 해도 물에 씻기고 부식되어 증명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원인규명과 더불어 앞으로의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숙제로 떠오르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밝혀진 상황은 누군가가 어뢰 같은 것을 쏘아서 우리 함정이 파손되고,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인데,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한 번도 이런 일을 벌이지 못하지만, 한 번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면 또 하지 못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네들이 어떤 이유를 가지고 했건 간에 이런 것도 업적이 된다면, 하나보다는 두 개가 더 큰 업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한 번 해본 것은 두 번째는 더 쉬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보도 별로 없고, 한 번 해본 적도 없는 상황보다는 오히려 지금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군에서는 아마 그 전에 비해서 훨씬 심각하게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하고 있을 것이다. 지휘관도 장병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도록 더욱 꼼꼼히 챙기고 있을 것이고, 근무하는 장병들도 이전에는 흘려버렸을 수도 있는 작은 것까지도 모두 챙겨서 나라와 국민, 그리고 자신들을 보호하는데 진력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우리가 그 사이에 알게 된 것은 지금의 장비로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엄청난 군비를 통해 적어도 우리 군이 유지하고 있는 장비들은 철저히 관리하기만 하면 물샐 틈 없이 지켜진다고 믿어왔는데,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데 놀라고 있다. 99%라 해도 1%에 걱정하고 있을 판에, 70%라고 하면 나머지 30%는 어쩌라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이번 사고의 원인규명도 반드시 해야 하고, 순직한 장병들의 장례와 유가족들에 대한 처우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겠지만, 또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와 군은 원인규명의 한 부분으로서 이러한 부분을 반드시 챙겨서 안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하여야 한다. 이를 통하여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또 자식들을 군에 보낼 부모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군에 입대하는 우리의 아들들이 대한민국의 군대에서 국가에 봉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2010. 04. 29자 대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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