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할 줄 아는 나라, 염치를 아는 국민

    몇 주 전 한 보도는 모처럼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을 얘기를 싣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평화봉사단이나 6.25를 통해 공헌한 외국인들을 잊지 않고 감사표시를 하고 있는데 대해 오히려 그들이 감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기적으로 참전용사들을 초청해서 발전한 모습을 살펴보게 해주고, 감사의 의미로 작은 선물이나마 마련해서 전달해주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글을 읽고, 비록 내가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참 많이 성숙한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러한 것은 얼마 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것과 맞물려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은 무역에서는 물론, 국제정치나 분쟁의 해결 등 여러 측면에서 고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물건들은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인정받을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주장은 좀 더 설득력을 얻게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 국민들 중에는 이렇게 쌓아놓은 명성을 깎아먹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는 남을 치고 지나가면서 사과 한 마디 없고, 건물에서는 남이 여는 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가 하면, 아파트에 살면서 밑에 사는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쿵쿵거려 시빗거리가 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러니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경찰만 보이지 않으면 과속에 난폭운전을 밥 먹듯 하는 것이다. 그러다 단속이 되면 오히려 왜 나만 잡느냐고 외려 큰 소리다. 이런 얘기는 예로 들 수 있는 것만 해도 수백 가지는 넘는다. 작게는 개인적으로 얌체 짓을 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거나 법을 어기고도 모자라 뻔뻔하기까지 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행동이 비단 자신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나아가 나라에까지 영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국에서 개인적으로 겪은 일들을 남에게 얘기하듯이 외국인들도 우리 얘기를 자신의 주변 사람에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경우에는 한 사람에게 겪은 일이 모든 한국 사람이 다 그런 것처럼 일반화되곤 한다. 한 번 찾은 식당이 불친절하고 맛도 없는데다가 바가지까지 씌웠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식당이 다 그렇더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한국을 대표한다고 하여 친절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어떤 이는 외국인에게 그렇게 설설 길 필요 있느냐고 하기도 하고, 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다 맞는 말이다. 외국인에 대해 무조건 굽실거리고 또 옛날같이 선진국이라고 사대를 하던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 주위를 보면 우리보다 못사는 외국에서 온 사람들도 많다. 이들에게 우리가 하는 행동도 우리나라의 위상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에 돈 벌러 왔다고 마구 대하고 심지어 약점을 잡으면 임금까지 떼먹는 이들도 없지 않다는데, 이런 이들 때문에 다른 한국인이 그 나라에 가서 봉변을 당한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지난 주 미국 의회에서의 건강보험법 투표광경은 우리에게 또 다른 교훈을 주었다며 언론이 떠들썩했었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국회가 이상한 모습을 자주 연출해서 그렇지, 대다수 선진국의 국회는 감히 의사당에서 말도 함부로 못한다. 지나치리만큼 존댓말을 쓰면서 절제된 행동으로 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도 모두들 서로를 존중하면서 살아가기에 서로에게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되는 것이다.
    분별 있는 행동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나 국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결국 그렇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우리 모두가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그런 행동에 눈감아버리면 지금 당장 나는 다투지 않아도 되지만, 결국은 어느 누구도 제재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오히려 이는 독감 백신과 마찬가지로 면역성만 키워줄 것이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아무도 못 건드린다는 것을 아는데, 왜 남들을 배려하여 순간의 이익이라도 포기할 것인가 말이다. 경찰도 교차로에서 꼬리 물기 단속한다고 그렇게 떠벌이더니,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교차로에 단속경관 하나 보이지 않는다.(2010. 04. 01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