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우리의 생활

    벌써 일주일이 넘도록 톱뉴스는 부산의 여중생사건이 차지하고 있다. 이 사건이 결코 가벼운 성격이라고 할 수 없지만, 법정스님의 열반소식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동향도, 외국의 지진이나 대규모 시위 뉴스도 이 사건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이런 불행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모두들 안타까운 심정으로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일거수일투족이나 말 한마디, 그 주변의 모습들을 옛날 얘기와 더불어 뉴스로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불과 몇 달 전에도 나영이 사건과 같이 유사한 사건이 있었고,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강호순 사건과 같은 흉악범죄가 이슈가 되면서 다시는 이런 사건이 없어야 한다고 떠들썩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하여 국민들은 몹시 불안하다. 그럴 때마다 법을 만드는 것이 임무인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 비난의 화살이 꽂히곤 하지만 이번에는 얼마나 달라질지 알 수 없다. 이미 국회는 지방선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이런 사건과 여기에 대한 여론과 국민들의 대응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과 다소 다른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것은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될 수도 있다고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이것을 심판하면 된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높은 사람들의 동정은 쉽게 알 수 있으므로 그때그때 기억해두었다가 후에 투표할 때 표로써 준엄히 심판한다면, 어느 누구도 허튼 일을 하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들이 할 일은 누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누가 개인이나 정파의 이익만 살피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유권자에게 알려서 후일의 자료로 삼게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나중에 보자는 사람 치고, 무서운 사람 없더라.”는 말처럼 막상 투표할 때에는 지연이나 학연, 정당에 얽매여서 일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에게 투표해버린다면 앞으로도 개선은 요원하다. 지금까지의 선거나 투표는 대개 그러했다.
    문제는 이렇게 하려고 해도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모든 사람이 표로써 심판할 생각을 다 해줄지도 의문이지만, 막상 투표하려고 해도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연에 얽매여, 학연에 얽매여, 정당에 얽매여 투표한 많은 사람들이 핑계로 삼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대로는 아무래도 희망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다.
    정말 이번만큼은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이 일을 나의 일로 여겨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피해자나 그 부모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일을 나의 일로 여긴 사람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실종단계에서부터 수사한 경찰도, 심지어 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우리 국민도 막상 나의 일로 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피해자가 되고, 내가 경찰이 되고, 내가 국회의원이 되어 이 일을 다시금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피해자에게 무엇이 정말 위로가 되는지, 수사는 어떻게 하여야 할지, 경찰에게 무엇이 더 필요할지, 국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그 사람이 어떤 입장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면서 그냥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여과 없이 떠들어버리는 것은 결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좀 다른 예가 되지만, 스스로 운전할 때는 불법을 밥 먹듯 하면서, 다른 사람이 위반하는 것을 큰 소리로 비난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렇다고 보통 사람들이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야 없겠지만, 작은 하나의 위법이 간 큰 사람들에게는 결국 큰 범죄도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 작은 것이라도 잘못된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정착되어야만 정말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내가 할 때는 불가피한 일이 남이 하면 비난받을 일이 되는 경우도 많다. 나에게만은 관용을 바라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가 안전하게 살기는 정말 어렵다.(2010. 03. 18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