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진정한 의미

    이제 3월이 되어 개학을 하니 우리 로스쿨에도 새로운 신입생들이 입학하여 공부를 시작하였다. 작년 1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학교에서는 더 나은 교육을 하자고 애를 쓰고 있고, 학생들도 선배들보다 더 나은 법률가가 되기 위해 촌음(寸陰)을 아끼며 공부를 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시작할 때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설립 1년을 넘기면서 나름대로 정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되는 부분이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훌륭한 법률가를 배출하는 산실(産室)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이제 갓 1년을 넘긴 로스쿨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 출신인 법률가들이 제대로 법률에 관한 업무를 다한다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정한 법률가로서의 기능을 다하여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정말 진정한 법률가로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한 마디로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데 로스쿨의 고민이 있다.
    얼마 전에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몇 건의 판결에서 본 바와 같이, 법의 바탕은 국민적 감정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국민주권 국가에서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법제도는 애초부터 성립할 수도 없고, 성립한다고 해도 결코 유지될 수 없다. 아무리 헌법이 법관에게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도록 하였다고 해도, 그 양심은 누구도 침해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바탕을 이루는 민주적 기본질서 위에 서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단지 헌법이 법관에게 양심에 따라 재판할 권한을 주었다고 하는 것을 근거로, 마치 법관이 자기 마음대로 재판해도 좋은 것처럼 강변하고 있는 모양이다.
    법학자들이 아니면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지 모르지만, 사실 법전에 있는 것이 다 법은 아니다. 수년 전 문제된 것과 마찬가지로 관습법이라는 것을 비롯하여, 조리(條理)라고 하는 불문법(不文法)도 있다는 것은 이제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아직 종종 매스컴에서는 “법이 없어서” 일을 하지 못한다는 공무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단속법규와 같은 것을 제외한다면 법이 없는 그런 사정은 있을 수 없다.
    한편 법서를 읽다보면 뻔히 법규정이 있는데도 그와 달리 해석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것은 그 법학자가 법규정을 몰라서 그런 것도 아니지만, 또 그렇게 법규정과 달리 해석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하는 데 중요한 특징이 있다. 말하자면 여러 개의 법규정이 서로 충돌하거나, 하위법이 상위법을 위반하는 때 등 여러 가지 경우에 나타나는 것인데, 이때에는 특정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좀 더 조화로운 해석을 위하여 실정법과 다른 해석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충돌과 같은 것이 없는 때에도 현행 규정과 달리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법규정을 철칙으로 아는 법실증주의자들은 펄쩍 뛰고 있지만, 법 위의 근본규범(Grundnorm)을 상정(想定)하는 자연법론자들은 실정법이 최고의 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법이 잘못된 경우에는 그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반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들은 다 진정한 법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기는 하지만, 사실 섣불리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법을 법이 아니라고 한다면, 또 자신의 설익은 생각을 바탕으로 법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로 인한 폐해는 이루 다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기 때문이다. 로스쿨에 대해 가지는 희망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부족한 시간이 이러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사실 일부 법률가들이 비법적(非法的)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개선해 보고자 하는데도 이른바 사법개혁(司法改革)의 목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젊은 법률가 지망생들에게 진정한 법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지 오늘도 로스쿨의 연구실에서는 고민이 한창이다.
    매스컴에서는 지금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투표 얘기도 오가고 있고, 어떤 분은 국민투표가 위헌이라고 하고, 어떤 분은 가능하다고 하는 모양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학생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배워나가고 있을까.(2010. 03. 04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