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벌써 50년 전의 얘기가 됩니다만, 미국의 유명한 대통령 중의 한 사람이었던 케네디 대통령은 “국가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라.”고 했다지요. 그렇다고 오늘 우리가 국가를 위해 공헌하자 하는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누차 그래왔듯이 우리 고장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살 수 있나 하는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왜 케네디 얘기를 가지고 내 고장 살림 얘기를 하는가 하면 많은 분들이 나라에만 목을 매고 우리 좀 잘살게 해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우선 그건 아니라는 말씀부터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지방이 국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일이지요. 그런 것은 우리나라만의 사정도 아니고, 요즘 비로소 생긴 일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국가가 모든 지방을 다 잘살거나 못살게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면서 그로부터 좀 더 혜택을 받거나 그렇지 못한 곳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국가로부터의 혜택은 영구적인 것이 될 수도 없고, 또 그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당장 우리 지역만 하더라도 사실 건국 이래 홀대받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런저런 혜택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고, 그런 흔적은 지금도 꽤 많이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살고 있으니 잘 모르지만, 다른 지방 사람들이 우리 고장에 오면 그런 것을 바로 알아챕니다. 그런데도 지금 아마 우리 고장이 제일 살기 어렵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
    궁극적으로 저는 우리 고장은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어려운 것은 우리의 잘못이고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는 것도 우리의 몫입니다. 나라가 하는 일은 나라에 맡기는 것이 옳습니다. 나라에서 생각하는 것과 지방에서 생각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러나 나라의 일이 지방에 영향을 준다면 그 지방에서는 분명한 생각을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이때 그 판단 뒤에 이데올로기나, 정당, 지역색 등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오로지 우리 고장에서 볼 때 이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우리 고장 출신이 입안한 것이니까,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서 추진하는 것이니까 눈감아 버린다면, 안 그래도 어려운 살림, 언제 한 번 펴보시렵니까. 우리 고장이 살 길은 우리가 아니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습니다.
    얘기가 조금 옆으로 흘렀습니다만, 진짜 우리 고장이 잘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국가가 우리 고장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게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겠고,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여기서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대구와 경북에 사는 우리들은 “대구 사랑”, “경북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것을 또 하나의 구호로 외치자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 고장에는 온갖 구호가 난무하고 있는 판에, 하나 더 보탠다고 해봤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진정으로 우리 가슴에 우리 고장의 사랑하는 마음을 심고, 그로부터 우리 고장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러한 바탕에서 목표와 행동지침을 설정하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나간다면 종전과는 무언가 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것은 어느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높은 분들이 아무리 하자고 해도 시도민이 따라주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뿐입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우리 고장은 그다지 시민운동이 잘 되는 곳이 아닙니다. 남 앞에 나선다거나 남에게 내 얘기를 하는 것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 정서가 있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남이 나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주어도 그냥 참고 넘겨버립니다. 말해서 덕 되는 꼴을 못 봤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모습으로는 우리는 그냥 방관자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내 고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격려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언제나처럼 나라만 바라보다 잘 안된다고 원망이나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2010. 01. 21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