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일꾼, 지역의 일꾼
국회의원은 지역구 단위로 뽑지만, 지역의 대표는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이나 그 지역구의 주민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로서 나라 전체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한다. 비례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정당이나 자신들을 지지해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의제에 관해서도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처리를 하여야 한다. 국가의 이익과 지역의 이익이 충돌할 때, 국회의원은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면 그 의원은 지역구에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후의 선거에 낙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투표권을 가진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자신들의 코앞에 닥친 이해관계가 더 절실할 것이므로 국가 전체적인 문제는 2차적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은 본분과 실리 중에서 항상 딜레마를 경험한다. 대통령의 경우라면 주권자인 전체국민의 대표로서 국가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면 되므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국회의원을 무조건 전국적인 시각을 가지고 일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국회의원을 전국구로 해서 뽑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국가의 일부인 지역구보다 아예 전국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을 대표로 내세우는 것이 이치상 타당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전체적인 이익이라고 해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국민의 대표를 뽑게 한 것이다. 지역에서 보는 시각으로 국가 전체적 이익을 보게 되면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으므로,
보다 합리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같은 연방제 국가의 경우에 상하 양원을 운영하여 선출방법를 달리하는 것이나, 우리나라에서 지역구 외에 비례대표제로 국회의원을 뽑는 것은 좀 더 다양한 측면의 대표를 뽑고자 하는 열망에 기인한 것이다.
이에 비해서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자는 그 성격이 좀 다르다.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를 막론하고, 또한 단체장이나 의원인지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지역을 위해 일해야 한다. 물론 의회의원이라면 자신이 속한 자치단체의 전체와 자기 지역구의 이해가 충돌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에도 국회의원의 경우처럼 심각하게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자치단체의 대표들이 국가에 해가 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정부를 상대로 일을 하건 국민을 상대하건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과 교류를 하는 경우라도 자신이
일하는 자치단체의 이익을 최우선시 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에 이해관계가 있는 정책이 결정되거나 국책사업이 벌어지게 되면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의 대표들의 입장은 정반대로 될 수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지역에 불이익이 돌아오는 경우에 그러하다. 이때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돌아오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겠지만, 불가피할 때에는 오히려 주민들을 설득하여 국가의 이익을 도모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대표들은 지역에 해가 되는 일은 가급적 막도록 애를 써야 하고, 정말 불가피하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지나서, 그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나 대책을 요구하여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 자치단체의 대표자가 지역에 피해가 생기는 정부정책을 두고 입을 다물어버린다면 그는 지역의 대표이기를 거부한 것이다.
하기야 요즘 국회의원들 중에는 나라나 국민의 대표인지 정당의 대표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처럼, 국가보다는 출신 지역의 이익만을 위해 뛰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그 와중에 세종시 문제를 비롯하여 그 유탄이 우리 지역에 날아오는 문제가 연일 전국을 들끓게 하고 있음에도 지역에서 힘을 써야 할 분들이 정말 지역의 이익을 위해서 뛰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도 많다. 개중에는 내년 지방선거의 공천문제 때문에 입을 다문 분들도 있다는 전언에 뒷맛이 개운치 않다. 우리는 누가 정말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일하는지 지켜보고 있다.(2009. 12. 10자 대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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