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보셨습니까

    제가 다니는 직장도 국가에 소속되어있다 보니까 정부시책에 따라 한 주에 하루는 자동차를 들여보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조금 일찍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대구의 대중교통 사정은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지하철의 혜택을 못 받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대구의 경우 아직 1, 2호선밖에 없어서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지하철 노선을 왜 이렇게 그었을까 의심이 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최선의 노선은 아닌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지요. 버스를 이용해서 출근 할 때에는 꽤 힘들게 갈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다행히 환승은 되니까 노선만 잘 알면 그럭저럭 다닐 수는 있지만, 환승을 할 때 내린 정류장에서 다시 다른 버스로 갈아타는 경우보다는 이리저리 옮겨가서 타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버스 노선이 불규칙적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류장을 옮겨가느라 타야할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 짜증이 납니다. 어떤 때는 다음 차를 15분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렵사리 버스에 올라타면 한 숨 놓지만, 이제는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버스 기사들이 너무 고생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제일 큰 것은 바로 불법 주차차량들 때문입니다. 버스전용 차로를 차도 가운데에 설치한 서울과는 달리, 대구에서는 버스전용차로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바깥쪽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달려야 할 차로는 거의 예외 없이 차량이 주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이다 보니 다른 차로는 많은 차량으로 이미 가득하고, 버스는 갈 길이 없습니다. 그런 길을 비집고 다녀야 하니, 그 애로가 보통이 아닙니다. 어떤 곳에는 한 술 더 떠서 이중으로 주차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차를 세우는 사람이야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잠시 세웠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불법으로 주차되어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자동차를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대구의 교통사정은 그리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교통체증이 발생한다고 해도 출퇴근 시간 때 잠깐이고, 그 외의 시간에는 대체로 흐름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차량 몇 대가 불법주차를 한다고 해도 그다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그런 것 정도 가지고 열 올릴 필요 있나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구에서 불법주차가 없는 도로는 신천대로를 비롯, 정말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 외의 도로들은 예외 없이 불법으로 길을 막고 있는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승용차로 이런 길을 다니는 분들은 그래도 괜찮습니다. 안쪽 차로까지 막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도로 바깥쪽으로 다니는 버스는 무지하게 힘이 듭니다. 사고를 내지 않고 다니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비단 버스 기사들이 운전하기 힘들게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중으로 길을 막고 있는 차량을 보는 사람들 중에는 대구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러한 모습은 대구가 무질서하다는 인식을 주고, 대구 사람들은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는 원인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
    불법주차 외에 길바닥에서 일어나는 문제만 하더라도,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길을 건너는 사람이나 차선이나 신호도 무시하고 종횡무진 달리는 오토바이 같은 것도 대구의 인상을 흐리게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대구나 경북이 할 일이 어디 대구 육상 선수권 대회 뿐이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대구에 와주어야 할 일들이 무궁무진한데, “대구 가서 지낼 생각하니 짜증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일을 하겠습니까. 본래 대구의 인심은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여 손님이 다시 또 오고 싶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손님의 대접은 아직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게 대구에 오는 손님들도 우리의 손님입니다. 이분들에게도 대구가 정말 손님대접이 극진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면, 길도 깨끗해야 합니다.
    오늘 말씀은 이런 일에 대해 결정하고 집행하시는 높은 분들께 드립니다. 이미 서민들은 다 알고 있는 문제입니다만, 높은 분들만 모르는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한 번쯤 버스를 타고 앞자리에서 길을 살펴보십시오.(2009. 10. 15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