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가가 많이 필요한 이유

    요즘 세상이 하도 어렵다 보니 별의별 얘기들이 다 들려온다. 일전의 보도에 의하면 어떤 사람이 5,6년 전에 빌린 만화책 2권과 비디오 1개를 돌려주지 않았다고 5백만 원이 넘는 연체료를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만화책과 비디오 값을 합쳐도 3만원이 넘지 않는 금액이고, 대여료라고 해봤자 2천 원도 안 되는데, 그런 거금을 내지 않으면 법원에 청구를 할 것이고 신용거래상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고 엄포까지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청구를 받은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고, 그 중에는 이런 협박에 가까운 청구를 못 이겨 상당액을 준 사람도 꽤 된다고 한다.
    이런 청구는 대체로 폐업한 대여점들이 물건 값이나 대여료 중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서 채권추심회사에 채권을 넘겨 이들이 청구를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 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러한 청구는 말도 안 되는 것이므로 전혀 갚을 필요가 없는 것들이고, 또 신용불량자 등록도 되지 않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책이나 비디오 같은 물건의 대여료 채권은 시효기간이 1년으로 규정되어 있으니, 그 이전에 빌린 것이라면 그 사이에 독촉을 받은 적이 없는 한 이미 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때 기준 시점은 대여를 한 시점 또는 최후로 독촉을 받은 시점이 된다. 따라서 이후 아무런 청구도 없이 1년이 경과하였다면 돈을 갚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만약 채권이 소멸하지 않은 경우라도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부과하는 것은 사안에 따라 이자제한법이나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등 여러 법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달라는 대로 다 줄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의 보도에 의하면 어떤 이는 하도 답답하여 주변에 물어볼 데도 없었는지 경찰서에까지 가봤다고 하는데, 거기서도 시원한 대답을 못 들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한다. 한편 생각하면 경찰서에서 민사사건을 담당하지는 않으니 경찰이 모르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조차 말도 안 되는 사기를 치려고 하는 사람이 널려있는 터에, 쉽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어떤 이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든지 아니면 인터넷에 보면 많은 법률상담 사이트들이 있는데 거기서 상담이라도 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잘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도 이런 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과거에 비해서는 적지 않게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변호사가 있는 법률사무소가 일반인들이 쉽게 들러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다고 하기도 어렵지만, 집이나 회사 가까이에 있지도 않다. 인터넷으로 하는 법률상담도 전국민이 다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아직 인터넷을 하지 않는 국민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국민을 상대로 법률교육을 하기는 어렵다. 전국민을 법교육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도 어렵지만, 그 많은 법률문제 중에 어떤 사건이 터질 줄 모르는데 이걸 다 가르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우리 주위에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도움을 받을 전문가를 두는 방법밖에 없다. 집에서 나와 살펴보면 큰길가에 법률사무소 한두 개쯤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쉽게 갈 수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이 사람들도 주변에서 수익구조를 찾아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와 더불어,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시시콜콜 온갖 법률문제에 대해 조언하고 쓸 데 없는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조율해주는 변호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또 로스쿨의 입시철이 돌아온다. 그간 언론에서 사무실 청소를 하는 변호사가 외국에 있다고까지 홍보를 해준 덕분에 지원자가 대폭 줄었다고 한다.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변호사가 되겠다고 다른 일 다 팽개치고 매달리는 것도 물론 문제이다. 그러나 변호사가 늘어나는 것은 국민들에게 결코 해로운 일이 아니다.(2009. 9. 17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