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때만 해도 법을 다루는 관리는 律官이라고 해서, 주로 중인들이 담당하던 비교적 비천한 관직이었다. 물론 이외에도 外知部라고 해서 민간에서 所志(소장)을 써주거나 소송기술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소송대리를 해 주는 등 요즈음에 변호사의 역할을 하는 직업적 법률가도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인정된 법률가는 아니었다. 이런 것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유럽의 법률가계급과는 그 성격이 판이한 것이다. 그것은 조선이 유교를 국시로 하는 통치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법에 대한 생각이 적대적이었다는 것 이외에도, 재판을 국왕을 정점으로 하여 현감에 이르는 법률가가 아닌 일반 행정관리들이 담당하고 있었다는 것도 체계적인 법률가계급을 형성시키지 못하는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는 직업 중에서 최고의 지위와 수입을 보장하는 요즈음의 법률가와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법률가들의 집단을 보통 法曹라고도 한다. 이는 옛날 吏曹, 戶曹, 禮曹 하는 식의 관청의 의미를 가지는 曹에 法을 붙여 만든 이름으로 보이는데 아마 일본인들의 작명이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는 Juristenrecht와 같은 것도 법조법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법조라고 하면 판사, 검사, 변호사 만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를 법조법이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Juristenrecht는 원래 봉건법의 해체기에 로마법학자들이 만든 법을 총칭하는 것으로서 Volksrecht(민중법)에 대립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즈음에는 이보다 더 넓은 의미로 법조가 담당자로 되어있는 법을 총칭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의미에서는 법학자도 법조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법조라고 하면 법학자를 제외한 개념이다. 그것은 판사, 검사, 변호사라는 직업군이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판사가 되기 위하여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어야 하고, 검사도 마찬가지다. 즉 이들은 적어도 자격면에서는 모두 동등한 것이다. 옛날에는 변호사자격을 가지는 길이 비교적 여러가지가 있었으나, 요즈음은 사법시험을 거쳐 사법연수원을 나와야 한다. 그러니 이들은 모두 동문선후배간인 셈이다. 거기다가 연수원 교수(?)도 소위 법조인으로 구성하니, 사제지간도 생기게 된다. 그러니 판사와 검사는 在曹라고 하고 변호사는 在野法曹라는 이상한 구별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단적으로 변호사는 관직 없는 공무원이라는 의미이다. 그것은 변호사라는 직업이 높은 공공성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들은 법조라는 이름의 높은 울타리를 쌓고 그 속에서 배타적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법률세계는 법조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부분을 법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법의 해석이나 판례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새로운 법에 대한 개정의견, 법률해석을 위한 기초자료조사, 외국 입법과 외국의 실태조사 등 많은 부분을 법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판사들이 재판을 할 때나 검사가 수사를 할 때, 변호사가 변론을 할 때 그들은 법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담긴 논문이나 저서를 참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법학자가 그들에 대하여 자료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의 업무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기 때문에 법안의 개정위원회라든가 법안에 대한 공청회 등등 사회에서 법률문제가 다루어지는 곳에서는 빠짐없이 법학자인 교수들이 참석하여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기회를 가지곤 한다.
   그런데 유독 법조의 구성만은 법학계를 제외하고 있다. 많은 수의 나라에서는 당연히 법률가라고 할 때에는 법학자를 포함하여 얘기한다. 물론 미국과 같이 법대 교수로 될 때 당연히 변호사의 자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경우도 있고, 또 일본과 같이 특정한 경력이 있으면 법학교수에게 변호사의 자격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많은 나라에서는 그러한 구별을 하지 않는다. 다루는 방법은 달라도 법이라는 대상은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법조인들의 반대로 법학교수에게 변호사자격을 주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년간 법에 대하여 연구한 실력있는 변호사가 나오면 그들의 생계에 타격을 주기 때문일까? 아니면 대학교수들이 실력이 없다고 믿기 때문일까? 실제로 그들은 거의 전부 대학에서 법학자로부터 법학에 대하여 배운 학생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