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을 다시 생각한다

    이제 또 로스쿨의 입시가 시작되고 있다. 각 대학들은 앞 다투어 입시요강을 발표하고 입시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는 금년도 법학적성시험(LEET)의 원서접수 결과를 발표하였다. 적성시험을 보지 않으면 로스쿨 입시에 응시할 수 없으므로, 그 결과는 각 대학의 지원율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 그래서 이맘때쯤이면 각 대학들은 적성시험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였는지, 그 중에서 우리 고장의 지원율은 얼마나 되는지를 주시한다.
    그 결과를 보면, 금년의 출원인원은 8,428명으로서 전년 대비 23.1%가 감소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일은 서울에 비하여 지방의 감소율이 현저하다는 것이다. 전체 지원자 중의 76.2%가 출원한 서울 지역의 경우 그 감소율이 22.8%인데, 작년에 비하여 오히려 증가한 전주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이 최고 35.1%에 이르는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 대구 지역의 경우에도 360명이 지원하여 23.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우리 고장의 감소율은 미미하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하여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고, 또 그 지역에서 출원한 사람들이 반드시 그 지역의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우리 고장 출신이 다 대구에서만 출원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현재 재학생 중 70% 이상이 서울지역 출신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나 경북 지역에 연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특히 서울에 가서 시험 볼 요량이 아니라면 대개 대구에서 응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우리 고장 출신의 출원률이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는 전국의 젊은 인재들 중에서 지역연고를 가진 학생들이 그만큼 감소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고장에 출원한 인원의 비율이 전국 대비 4.3%에 불과하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 고장 위상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수도권에 편중현상이 극심하다보니 모든 사람이 서울만 쳐다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보니 야망을 가진 젊은이나 부(富)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에 따라 교육적 편중도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되어버린 지도 오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서울 중심적 구조가 지방을 피폐(疲弊)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지방에서 원하는 것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리고, 지방에서 할 일은 하찮은 일로 여겨지며, 지방에서는 권력도 돈도 가지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이 나라에 대한 의무를 면제받고 사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지방에 사는 국민들은 2류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중앙 집권적 구조는 지방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고장의 정서는 다분히 서울 지향적이다. 서울에서 출세한 사람들 면면을 보면 이 고장 출신들이 압도적이고, 많은 수의 부자들이 대구나 경북에 원적(原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주위의 누구네 집 몇째가 서울에서 뭘 하고 있고, 또 누구는 재산이 얼마라더라 이런 것은 흔히 들리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지방 출신이 서울 가서 성공하기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 그들이야말로 정말 박수 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이러한 지역적 불균형을 해결하는 방법에 있다. 이미 지방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물 건너간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팔 수 밖에 없는 일이니, 지역에서 뜻을 모아 지방분권을 지속적으로 부르짖어야 한다. 그러면 다른 지방도 같은 처지이므로 그 힘이 쉽게 결집될 것이고, 종국에는 서울에서 반영해주지 않으면 안 될 지경으로 갈 것이다. 좀 더 빨리 가려면 우리 고장 출신 유력인사들의 도움도 요청해볼 일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전국적 여론이 조성되어 구조적으로 전국이 공평하게 발전하도록 개선되는 일인 것이다.
    이런 것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서울 지역 출신들이 우리 고장 로스쿨 재학생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현실을 결코 타개할 수 없다. 앞으로 해마다 백여 명 이상씩 나오는 변호사를 우리 지역에서 절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2009. 7. 9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