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신뢰 구축이 긴요하다

    요즘 들어 전에도 이만큼 세상이 시끄러웠나 싶게, 안팎이 불안하다. 국내에서는 전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하여 전국적이다 싶을 정도로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한동안 잠잠하나 여겨지던 노동분쟁이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도 논란이 뜨겁다. 또한 북한은 핵실험에, 대륙간 탄도탄(ICBM)을 쏜다고 하고, 개성공단에서는 우리 국민을 억류하면서 이미 끝난 임금이며 토지사용료 계약을 다시 하자고 우기는 모양이다. 거기다 봉사활동을 갔던 우리 국민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빤한 구석이 없다.
    어떤 사회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생각을 가지는 경우는 없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 사회는 언로가 막힌 사회가 아니면, 사람의 생각조차도 통제하는 무서운 사회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은 독재사회에서나 극히 짧은 기간 가능할 뿐이다. 왜냐하면 결국 이러한 통제는 그러한 통치를 종식시키는 기폭제역할을 하고 말기 때문이다.
    건강한 민주사회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 다양성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한다. 여기서는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모두 그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일원으로서 작용한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의견을 결집하고, 또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의견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상적인 경로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결집하면 실현될 가능성도 커지지만, 그 과정에서 의견이 다듬어지고 정리되어 더 좋은 의견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은 좋은 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두 사람의 의견이 실현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도 참조하고, 필요하다면 서로 토론이나 공청회 등을 통하여 조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좋은 생각은 더 좋게 다듬고, 다른 생각은 서로 조정하는 과정을 통하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데 민주주의의 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의 돌아가는 모습은 이러한 방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국민이 뭐라고 해도 “소신 있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고, 거기에 대항해서 국민들은 줄기차게 반대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감정대립이 일어나고, 정부와 국민의 관계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폭력과 막말에 가까운 비난이 난무한다. 그 와중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적지 않은 사건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관계를 포함하여, 국제관계에 대해서 거의 같은 모양새다.
    정부와 국민이 대립하는 것은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에 의해 구성되므로 정부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으면 존립의 근거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소수로 치부하고 실제로 다수의 침묵하는 국민이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그러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결국 정부는 국민의 표현된 의사를 반영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적정할 것이고, 무조건적으로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무시하거나 매도할 것만은 아니다. 만약 정부가 정말 정책의 정당성을 믿고 추진하는 것이라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여야 한다. 일단 뽑아준 것이니,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내 맘대로 하겠다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정말 필요한 조건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신뢰의 구축일 것이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의심하고, 믿지 않는다면 말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이나 행동이 서로 간에 금도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뒤에 가서 어떻게 되건 간에 당장 모면만 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근거 없는 얘기를 하는 것이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부풀리고 왜곡해서 얘기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안 된다. 그러자면 꾸준하게 진실성을 가지고 얘기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부터 이러한 모습이 구축된다면 대외관계도 좀 더 수월하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계속 끌려 다니고, 국제사회에서 그다지 큰 발언권이 없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우리 내부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2009. 6. 18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