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좀...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두 가지 사람만 있는 것 같다. 미워하는 사람과 미움 받는 사람. 그래서 누군가 한 마디만 했다 하면 여기저기에서 온갖 반응이 날아온다. 그 중 칭찬하는 것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뭐라고 하는지 말도 안 되는 비난이 대다수이다. 논리도 없고, 생각도 읽기 어렵다. 심지어 누가 한 말인지 알 수도 없는 경우도 많다.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반응에, 바깥에 나가기도 무서워진다. 온통 다니는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말과 글이 폭력적이 된 것은 이제 구문(舊聞)이다. 비속어를 쓰지 못하도록 막으니까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게 써서 빠져나가는 것도 보통이고, 그러다보니 실명제를 동원해서 책임을 지우겠다고 하는 데까지 가게 되었다. 실명제를 한다고 하니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또 반대가 비등했다. 그러면 지금은 좋아졌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글쎄”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도 막말을 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막말을 하는데 수치심도,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풍조는 실사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요즘 어른들은 젊은 사람이 옳지 않은 짓을 해도 그냥 지나간다. 그걸 지적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옛날 같으면 어른이 꾸중을 하시면 속으로는 마땅찮아도 겉으로는 “예, 예” 했지만, 요즘 괜히 뭐라고 했다가는 바로 “당신, 뭐냐”며 눈을 부라린다.
    그런데 이런 것이 일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이렇게 말을 하면 그러면 안 되지 하던 사람도 막상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거의 같아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아무리 학식이 많고 경험이 풍부해도, 그가 가진 전문적 지식은 아랑곳없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말을 하면 그는 바로 “노망난 늙은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의 소신(所信)으로 합리화해버리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 뿐 아니라, 잘못이라고 지적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한다는 것 외에도, 그걸 합리화시켜주는 이들도 또한 있기 때문이다. 그걸 모르는 많은 사람들은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정말 그렇게 옳은 것이구나, 철석같이 믿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나잇값도 못하고 돌팔이 같은 지식만 가지고 있으며, 개인적 이익을 위해 국가와 민족을 저버리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생각과 같은 사람은 동지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다.”
    자신만이 옳고 남들은 전부 틀렸다고 생각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미워하는 이런 사고는 민주주의 사회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요원하다는 증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들을 한 마디로 비난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만의 잘못에 의해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의 위에 서서 조그만 권력이라도 생기면 자기가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골탕 먹이려고 혈안이 되고,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아랫사람에게, 식구들에게 미루는 지도자들을 얼마나 많이 보는가. 어떤 이는 거짓말까지 하다가 안 되면, “기억이 안 난다”고 해버린다. 허심탄회하게 정도(正道)를 걷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니, 다 거짓말을 하는 나쁜 사람으로 비춰지게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재임 중 실정(失政)이 더 많았다고 평가받던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애도하는 이유는 이 분이 적어도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꾸밈없이 국민들과 소통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저사람 알고 보니 괜찮더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말을 해보고, 겪어보기 전에는 바보 같던 사람이 사실은 신중한 인품을 가졌다거나, 허름하게 차리고 다니던 사람이 검소가 몸에 밴 인물이었다는 등 이런 사례는 적지 않다. 이런 내막을 알고 나면 그 사람이 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행동도 달라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정말 이제는 제발, 좀 다른 사람의 겉만 보고, 한 마디 말만 듣고 판단하지는 말자. 그 사람의 내면까지는 모르더라도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이라도 한 번 해보자. 그러면 그도 나를 이해하려고 할 것이고, 막말 하는 풍조도 줄어들 것이다. 이 세상에는 좋아할 만한 사람도 넘쳐난다. 또, 말을 할 때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2009. 6. 4자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