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판단에 대한 공격, 누구에게 득이 될까

    몇 주 전 인터넷을 달구던 미네르바의 구속 소식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용산 사건의 구속영장 문제가 또 이슈가 된 모양이다. 미네르바의 구속을 둘러싸고 구속하는 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를 둘러싸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심지어는 탄핵하자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용산사건의 경우에도 농성자 중 몇 명이 구속되어,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하는 소리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유민주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주권자인 국민이 비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과연 법관들에 대해 이렇게 비판을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입법, 행정, 사법으로 구성되는 소위 3권분립주의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사법부는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구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권력적 내지 정당성의 기반이 가장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관 내지 사법부가 가진 권력은 종국적으로는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어째서 주권자로부터의 정당성이 가장 적은 사법부가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재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은 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며 심지어 개혁해야 할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역사적인 검토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백여 년 전의 우리 역사에도 나타나듯이 전제군주국가에 있어서 재판권은 국왕에 속해 있었다. 왕의 자의(恣意)에 의해 그 신하들이 판사로 임명되거나, 지방정부의 장이 재판권까지도 행사하는 것이 보통이었던 것이다. 이들에 의한 재판은 전문성은 둘째 문제로 하더라도, 국왕의 의사만을 반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사건이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면 국왕의 뜻에 반하는 재판을 하는 것은 그 법관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이었을 것이다. 이런 체제에 있어서 국민의 자유나 권리는 애초부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때문에, 국민이 정치권력의 중심이 되는 국민주권주의가 확립되면서, 권력이나 정치로부터의 사법부 독립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되었던 것이고, 결국에는 오늘날과 같은 3권분립주의에 입각한 정부가 수립되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통치자들은 끝까지 사법권을 자기의 수중에 두려고 했음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무력이 아니라, 재판을 통해서 하는 독재는 합법적이라는 모습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법부에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하는 것이 지상명제의 하나로 된다.
    그런데 막상 사법부의 구성방법에 있어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할 수 없다는 역설적(逆說的) 결론에 도달한다. 드물게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 법관을 선거에 의해 선출하지 않는 이유인데, 만약 법관이 선거로 선출되면 그는 정치적 기반을 가지게 되므로 재판이 정치성을 띨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관이 정치적 고려를 하게 된다면 그는 법적 정의가 아니라, 정치적 신념에 따라 재판하게 되고, 그 경우에는 법관과 정치이념이 다른 사람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만다. 이러한 것은 국회나 대통령이 정치성을 띠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만큼 법관은 국민들에게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법이 정치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유착(癒着)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과거 우리 헌정사에 나타났던 수차례의 사법파동(司法波動)은 바로 사법부가 정치로부터 분리하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이러한 것이 쌓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토대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선진국에서도 법관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자제되는 것이 보통이다. 탄핵사유가 아닌 문제라면 사법부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걸러지는 장치에 맡기는 것이 옳다. 아니면 정치권력이 재판에 대해 넘볼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법관에 대해 자신과 정치적 이념이 같은 피의자를 구속했다고 법관을 공격하면, 이는 법관이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한다고 하는 얘기가 된다. 만약 법관이 정치적 고려를 하기 시작한다면, 웃는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그리고 그 피해는 누가 입게 될 것인가.(2009. 1. 29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