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과 지방의 균형발전

    어제 전해진 대학 뉴스 중에는 의학전문대학원, 즉 의전원의 낮은 등록률을 걱정하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 주 엄청난 뉴스의 홍수 속에서도 법대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법학전문대학원, 즉 로스쿨 등록률에 관한 것이 마음 아팠던 터라,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서울의 소위 몇몇 명문 의전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방대학들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50%대이고, 40%를 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마 이것을 보고 모두들 걱정이 대단했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저번 주에는 로스쿨의 등록률이 문제였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7, 80%대의 등록률을 기록했고, 일부 지방대학의 경우에는 50% 남짓 등록한 데도 있다고 한다. 이것만 두고 보면 로스쿨의 등록률이 의전원의 등록률에 비하여 다소 높으므로 성공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아직 이러한 부분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양 대학원 모두 전문대학원의 체제를 가지고 있고, 의전원 쪽이 몇 년 빠르기는 하지만 아직 실험단계에 있어 완전히 정립되어 있다고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비교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의전원 입시도 금년부터 로스쿨 입시의 영향을 받아, 가·나군으로 분할하여 모집을 한 터이다.
    이렇게 분할모집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대학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게 된다는 이점이 있게 된다. 그러나 분할모집을 결정하는 순간, 수험생들은 이미 모든 대학들을 한 줄로 세워두고 수험전략을 짜고 있었다는 사실은 과연 무엇이 교육적인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한다.
    혹자는 지방대학들도 열심히 한다면 수도권들의 대학에 비교하여 차별받을 이유가 뭐냐고 묻기도 한다. 옳은 말이다. 사실 이는 지난 해 로스쿨 인가신청을 준비하면서 교수들이 수도 없이 되뇌었던 말이기도 하다. 엄청난 분량과 내용의 준비를 위해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못자면서도, 우리가 수도권 대학을 능가하는 훌륭한 로스쿨을 만들자는 것이 지상과제였던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 작용하였는지 다행스럽게도 좋은 평가를 받아 로스쿨의 개원을 앞두고 있는 지금, “교수님들이 이렇게까지 일하는지 몰랐다”며 “자신은 교수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하던 보조학생들의 말이 기억에 새롭다.
    이렇게 설립되는 로스쿨의 앞날이 걱정된다는 보도는 분명히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여기에 바로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바로 알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대학의 서열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패배주의에 빠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할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그런데 대학의 서열이 과연 그 대학의 성과와 역량, 그리고 비전에 의해서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로스쿨 인가를 위한 평가과정에서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비롯한 지방대학의 수준도 수도권 대학에 못지않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바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있다는 지역적 위치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는 이미 차별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국민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유수의 명문으로 자리 잡고 있던 지방대학들이 대학평가에서 잘해야 10위권 내외로 밀려난 것은 대학이나 교수들의 책임도 크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의 문제도 없지 않다.
    동대구역 KTX 승강장이 서울 가는 이들로 북적대고, 대학입시 상담이 어떻게 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집중되는데, 지방대학 너희는 그래도 무조건 잘해라, 그렇지 못하면 혼난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어떤 보도는 해결책으로 지방출신 쿼터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도 문제가 있다. 만약 실력이 모자란 사람이 입학을 한다고 해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여기에도 쿼터가 필요할 것이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도 더많은 수입을 위해 서울로 가버린다면 여기도 또 대안이 필요하게 된다.
    로스쿨 하나만 보더라도, 수도권에 비하여 지방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살아나야 한다는 것은 절박하다. 문제는 민심을 지방으로 돌리는 것이고, 그 답은 경제다.(2009. 1. 14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