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알지?

    과학자들에 물어보지 않더라도, 비단 사람들만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어느 정도만 되면 사람이 하는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어떻게 하여야 사람이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안다. 어떤 때에는 일부러 나쁜 짓을 해서 골치를 썩이기도 하지만, 그런 것도 다 사람에게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라고 한다. 사람이 아니더라도 동물들이 사냥을 하거나, 채집을 할 때, 다른 무리들과 싸우거나 힘든 고비를 넘겨야 할 때에는 사람들이 눈치를 챌 정도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 돌고래나 벌 떼, 개미와 같은 경우는 아주 잘 알려진 경우에 속해서, 어떤 행동이 어떤 의미라는 것까지도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경우에 비해 다 같이 생활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데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만약 의사소통이 안 된다면 남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의 사이에 엄청난 문제가 끊임없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 일례로, 요즘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앞차가 졸면 경음기를 “빵빵”하고 울려주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이게 모든 지방에서 다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지역에서는 뒤차가 빵빵거린다면 자기에게 시비를 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차에 대해 경음기를 울리는 것을 금기시한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질이 급해서 푸른 신호가 켜지기도 전에 경음기를 울린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그랬다가는 앞차 운전자와 다툼이 생기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과 멀지 않은 또 다른 곳에서는, 푸른 신호에 가지 않는다고 뒤차가 경음기를 울리면, 미안하다는 뜻으로 손을 흔들거나 잠시 비상등을 켜준다. 우리나라 안에서조차 이러니, 외국에 나가서 산다면 비단 말이 통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도 달라서 혼란스럽게 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우리의 의사소통 구조에 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온갖 악플들을 들여다보면 이 사람들이 사람 말을 제대로 이해는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생각에만 얽매여 남을 매도하다가 결국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로 도배를 해버린다. 전에는 나이어린 학생들의 치기로만 받아들여졌었지만, 요즘은 나이를 제법 먹은 이들도 결코 못하지 않은 양상을 보인다. 심지어는 말도 안 되는 글을 맞춤법도 틀린 채로 블로그에 몇 개 얹어놓고는 명사(名士)나 되는 듯이 온갖 사람들을 비방하고 다니는 나잇값도 못하는 이도 있다. 포털이나 미디어 관리자들이 이런 못된 이들의 글을 지우다 지쳐 아예 등재가 안 되는 단어를 지정하여 놓으면 또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악플 쓰기를 계속하니, 결국은 인터넷 실명제라는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이런 것을 가지고 소위 갈라파고스 규제니 뭐니 해서 또 한참 입에 담지 못할 언어폭력이 난무하였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왜 그들이 주장하듯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규제가 나왔는지를 생각해보면, 무엇이 먼저 고쳐져야 할지는 분명하다. 규제할 필요가 없다면 규제는 생기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거도 없고 한계도 없는 악플에 목숨까지 끊는 사람이 생겼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곤충들이 의사소통을 한다고 해도 그들이 하는 의사소통은 사람들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자신의 복잡한 감정까지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상대방의 기분까지도 좌우하는 의사소통은 오로지 사람만이 가능하다. 이렇게 본다면 사람의 이런 능력은 다른 어떤 존재도 가지지 못한 혜택 받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렇듯 놀라운 능력을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데 쓰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욕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이런 말도 이해가 안 된다면, 그런 사람은 사람으로 대접받을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