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와 법학박사

    근래 학자를 지망하는 사람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 유학을 다녀 온다. 변호사들 사이에도 많은 사람들이 국제화의 붐을 타고 외국, 특히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 적으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으니 참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미국에 유학을 다녀와서 변호사업무를 개시 하는 인사장을 신문에 내는 것을 보면 가끔 이런 표현이 눈에 띈다. "...미국의 모모 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변호사의 자격 을 얻어...." 개업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분들의 유학기간을 보면 대개 3년 내외이다. 3,4년만에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건 무척 대단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법시험을 합격한 우수한 인재이니 까짓 미국에서 박사학위 받는 일쯤이야 보통이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야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니까...라고 말하는 것이 아마 일반적일 것이다.
    정말 그럴까? 내막을 알아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 사람들이 받아온 소위 "법학 박사" 학위라는 것은 라틴어로 Juris Doctor 내지는 Jurum Doctor, 또는 영어로 Doctor of Jurisprudence라고 하는 것이다. 이를 줄여서 J.D.라고 한다. 그분들은 이를 직역하여 법학박사라고 한 것일 게다. 그런데 이 소위 J.D.라는 것은 소위 미국의 Law School을 정상적으로 졸업하면 모두 받는 것이라는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큰 대학 Law School에서는 해마다 적어도 수백명의 J.D.가 배출된다. 옛날에는 Law School을 졸업해도 J.D.를 주지는 않고 B.LL. 즉 Bachelor of Laws(법학사)학위를 주었다. 요즈음 모든 대학에서 J.D. 학위를 주고 있는 것은 Law School이 대학원과정이기 때문에 학사학위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서 의대(School of Medicine, 역시 대학원과정이다)에서 M.D. 즉 Medicinae Doctor 또는 Doctor of Medicine(이도 직역하면 의학박사로 된다)학위를 주는 것에 상응하여 J.D.학위를 주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보통 병원에 가면 의사"선생님"들 을 보고 박사님이라고 한다. 많은 의사들이 실제 로 의학박사이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 의사들은 미국에서는 전 부 Medicinae Doctor이기 때문에 보통 Doctor라고 하는 것을 한국어로 박사님이라고 하는 것 일 뿐이다. 이 박사는 그냥 의대졸업자인 의사라는 뜻일 뿐, 정식의 대학원과정을 거쳐 논문 제출자격시험에 합격하고 논문을 제출하여 취득한 의학박사라고 하는 의미는 아니다. 영어에는 아예 doctor에 의사라는 뜻도 있다. 여기서 얘기하는 박사는 의사에 대하여 조금은 존경심 을 더한 표현이라고 하면 된다. 물론 의사선생님들 중에는 대학원에서 정식의 의학박사학위를 받은 분도 많다.
   대학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교수님들이 가지고 있는 학위는 거의 후자에 해당하는 "정식" 박사이다. 이를 영어로 표시하면 ph. D. 즉 Doctor of Philosophy(문학박사 또는 철학 박사)라고 한다. 이 표현은 거의 모든 학문영역에서 그대로 사용된다. 자신의 학문영역을 표시할 때에는 Doctor of Philosophy in Civil Law와 같이 표시한다(물론 법학 영역을 표현 하는 방법으로서 이도 정식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 같이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대학에서 분명히 "법학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명함에는 ph. D.라고 찍어가지고 다닌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법학박사학위를 아예 다르게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LL.D.라고 하는 수도 있고, J.S.D. 내지 S.J.D.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LL.D.은 Doctor of Law를 줄인 것으로 명예법학박사에 상당하는 것으로 보면 크게 잘못이 없는 것이고, 뒤의 두가지는 Juris Scientiae Doctor의 약어로서 이 학위는 J.D. 내지는 LL.M.(Master of Laws, J.D.학위를 받고 1년 내지 2년의 과정을 마친 자에게 수여되는 학위. 법학석사)과정을 마친 사람이 적어도 1년 이상의 수학과정을 거친 후 논문을 제출하여 받게되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Law School의 대부분의 교수들은 B.LL. 내지는 J.D.학위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미국의 법학교육이 사례 내지 판례중심의 교육으로서 실무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교수가 되기 위하여는 실무경험이 중시되고, 학위가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J.D.는 Law School의 졸업자라는 뜻이므로 법학사로 번역되어야 하고 법학박 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변호사자격을 따온 인재를 무시하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추가: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 체제가 출범하여 그 수료자들에게 '법무석사' 학위를 주기로 하였다. 이를 번역하면 J.D.로 된다. 이에 의하더라도, 법학박사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한 것이다.)